책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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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린 언어의 편린들 문학의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날것의 글쓰기 출판사 난다에서 시인 이수명의 ‘날짜 없는 일기’ 1권 『내가 없는 쓰기』를 출간한다. 난다에서 시로 향하되 시가 아닌 자리를 엿보는 난다의 새 시리즈 ‘詩란’ 첫 권으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이 책을 향후 매년 출간될 이수명의 ‘날짜 없는 일기’ 시리즈로 새롭게 단장하여 2권 2023년의 일기 『정적과 소음』과 함께 내놓는다.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비교적 규칙적으로 하루에 몇 줄, 한 단락을 넘지 않게 아주 조금씩 써내려간 『내가 없는 쓰기』는 “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렸을 언어의 편린들을 주워올린 일종의 문학 일기”(「책머리에」)이다. 이수명은 시에 대한 생각 옆에 무심하게 펼쳐진 시공간과 일상, 사물과 현상을 이리저리 스케치해나가며 문학과 문학 아닌 것의 경계, 시어와 시어 아닌 것의 차이가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해보려 했다고 말한다. 이수명은 의도적으로 문학적 외관을 갖추지 않은 쓰기, 자유롭고 흘러가기로서의 쓰기를 매 장면에서 실천하려 한다. 글이 형체를 이루거나 시처럼 이미지가 형성되려고 하면 그 지점에서 돌아나와 느슨한 호흡을 유지하는 식이다. 이수명에 따르면 이는 글을 미결 상태로 두는 것이고 평등하고 사소한 직시를 통해 잠재적인 방향의 넓이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는 바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쓰기, 기다림과 두려움으로부터 놓여나는 멀어지기이다. 이수명은 쓰기로 틈을 만들고 그 틈으로 호흡한다(2022년 1월 일기 7, 21쪽). 그것은 겨울나무의 마른 가지들을 연결하고 따로 떨어져 움직이지 않는 나무들을 연결해 전체를 보려는 마음, 그럼으로써 나무로부터 떠나고자 하는 시도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2022년 1월 일기 14, 31쪽). 규칙적이고 단순한 생활 속에서 시도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시도를 덧붙이는 모순은 세계 내 존재들이 무의 지평선 아래 잠겨 있다고 느끼게 한다(2022년 5월 일기 8, 119~120쪽). 내가 쓴 모든 글이 완전히 낯설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일까. 모르는 어떤 작가의 글을 처음 읽는 것처럼 내 글을 처음 만나고 싶다. 나는 나를 만나고 싶다. 이 불가능이 가능해지도록 한 글자 한 글자 끄적거린다. (2022년 8월 일기 4, 177쪽) |
작가 / 출판사 소개 |
이수명 | |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시와 평론 등의 글을 쓴다. 「영화에 대한 것은 아닌」을 썼고,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 함께 쓴 책 『셋 이상이 모여』 등을 썼다. | |
판형 | 124 mm X 188 m |
페이지 | 284 p |
출판사 리뷰
끝끝내 닿을 수 없고 장악할 수도 없는 사물의 세계, 혹은 의식 바깥의 영역으로 향하는 시인에게 쓰기는 정답을 위한 열쇠가 아니며, 다만 처음부터 잠긴 적 없는 문을 여는 일이다. 시는 자유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단과 목적 모두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일 뿐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씀으로써, 무엇도 남기지 않고 마침내 남지 않는 곳으로 시인은 간다.
기다리지 않고, 바라지 않고, 뒤돌아서 나는 쓴다. 향하지 않는다. 쓰는 것은 바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쓰는 동안 나는 기다림과 두려움으로부터 조금 놓여난다. 쓰면서 기다림과 두려움과 그 비슷한 것들, 그것들을 역전한 것들에서 한 걸음 떨어진다. 쓰기는 멀어지기다. 틈을 만드는 것이다. 그 틈으로 호흡한다. 기다리지 않고 쓴다. 무엇인지 모른 채 쓴다. 의식의 결락이 일어난다. (2022년 1월 일기 7, 21쪽)
그간의 빼어난 시집들이 시의 내부, 시쓰기의 여정이었다면 이번 ‘날짜 없는 일기’를 통해서는 시의 밖이자 시의 주변, 어쩌면 시의 이전부터 시의 이후까지를 포괄하는 ‘쓰기’의 영역을 시도한다. 매일 씀으로써 매일을 낚아채는 것, 하루라는 우연 앞에서 “우연을 기다리고, 우연을 알아보고, 우연을 낚아채”며 마침내 “우연을 만들 줄도 알”게 되는 것(151쪽). 그렇게 시인은 오늘이라는 우연을 만나 남김없이 쓰고, 다음 오늘을 만나러, 다음 오늘을 만들어 건너갈 것이다. 이전 시집과 다음 시집, 지금까지의 시인과 다음의 시인, 그 사이를 잇는 다리이자 건넌 뒤엔 미련 없이 털어낼 사다리와 같은 쓰기. 시인 이수명의 이 새로운 쓰기는 이후로도 이어질 예정이니, 그 첫머리를 두고 『내가 없는 쓰기』라 이름한 연유 또한 그에 짐작해본다.
시집을 낼 때마다 더 쓸 것이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남김없이 털어낸 듯해도 다음 시집이 이어진다. 다음 시집을 내는 것은 지금의 내가 아니라 다음 시인일 것이다. 나는 계속 다음 시인이 될 수 있을까. (32쪽)
이수명의 ‘날짜 없는 일기’ 시리즈
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린 언어의 편린들을 주워올린 일종의 문학 일기. 1년 동안 쓴 일기를 한 권에 묶고 날짜를 쓰지 않고 월별로만 장을 나누었다. 문학화시킬 필요가 없는 평평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 문학의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날것의 글쓰기이자 어떠한 의미도 들어서지 않는 평이한 순간을 유지하려는 시도이다. 시인 이수명은 시에 대한 생각 옆에 무심하게 펼쳐진 시공간과 일상, 사물과 현상을 이리저리 스케치해나가며 문학과 문학 아닌 것의 경계, 시어와 시어 아닌 것의 차이가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해보려 한다.
책머리에
이 책은 앞으로 5년간 쓰일 날짜 없는 일기의 첫 권에 해당한다.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월별로 나뉘어 열두 장이다.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원고를 탈고하면서도 이 책의 성격에 대해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낀다. 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렸을 언어의 편린들을 주워올린 일종의 문학 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고 에세이나 단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들 전부이면서 그냥 단순히 자투리 글, 메모로 보이기도 한다. 글이나 시에 대한 생각 옆에 무심하게 펼쳐져 있는 시공간과 일상, 사물들과 현상들이 이리저리 스케치되는 까닭이다. 문학과 문학 아닌 것의 경계가, 시어와 시어 아닌 것의 차이가 늘 뚜렷한 것은 아니다. 아니, 이 경계와 차이를 의식하면서도 이것이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일정하지 않게 언어와 생각이 유출되는 것을 따라가본 글이다. 여러 모습으로 펼쳐지는 글이 되도록 그냥 두는 쪽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다소 방만한 쓰기이다. 시는 어떻게 써도 구조가 생기기 때문에, 구조와 싸우기 때문에 압력이 발생한다. 압력의 매력, 압력의 신비가 시쓰기일 것이다. 그래서 구조가 없고 문학적 외양도 갖추지 않은 이런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떤 생산성이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동시에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것이 문학의 전후에나 해당할 것이기 때문에 시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문학적 외관을 갖추지 않은 쓰기에 들어서는 일이 나의 그동안의 시쓰기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중에 쓰기의 의식이 발생하는 순간을 직면하게 될지, 그것은 누구의 의식인지 등등, 익지 않은 생각들의 각축은 문학적 외관을 갖추지 않은 이와 같은 쓰기에 더 많이 열려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썼지만 그러기 위해서 살짝 염두에 둔 것은 있다. 이러한 흘러가기로서의 쓰기를 매 장면에서 실천해보려 했다는 점이다. 글이 움직이다가 형체를 이루거나 시처럼 이미지가 형성되려고 하면, 돌아나와 느슨한 호흡을 유지하고자 했다. 시가 되려는 긴장으로 들어서지 않고 평등하고 사소한 직시로 향하는 것이다. 미적 형식의 힘보다는 잠재적인 방향의 넓이를 떠올렸다. 글을 미결 상태로 남겨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실천은 구조와 완성에 이르지 않는 실천이고, 세계를 이루지 않는 실천이다.
비교적 규칙적으로 썼다. 하루에 몇 줄, 한 단락 정도를 넘지 않았다. 한꺼번에 쓰지 않고 아주 조금씩만 늘어나게 했다. 오래 붙잡고 있기보다는 자주 들락거리면서 환기하는 쪽이었다. 환기를 할수록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글쓰기는 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맞는데, 몇 마디의 언어, 몇 줄의 글에 내가, 하루가 의탁한다는 것이다. 날마다 언어에게 말을 걸고 언어가 태어나는 것은 뭐랄까, 글쓰기의 실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언어를 통해 내가 실행되는 것에 가깝다. 글이 나를 쓴다. 그렇게 지난 한 해를 건넜다.
풀이 높이 자라나오는 계절이다. 그동안 짧은 에세이들을 더러 쓰기는 했지만 일기 형식에 얹어 이런 방향 없는 글을 집필한 것은 처음이다. 어떠한 글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써보라고 한 난다의 김민정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권유가 아니었으면 새로운 풀들이 웃자라 있는 풀밭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원고를 읽어주고 검토해준 김동휘님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2023년 6월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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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끝끝내 닿을 수 없고 장악할 수도 없는 사물의 세계, 혹은 의식 바깥의 영역으로 향하는 시인에게 쓰기는 정답을 위한 열쇠가 아니며, 다만 처음부터 잠긴 적 없는 문을 여는 일이다. 시는 자유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단과 목적 모두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일 뿐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씀으로써, 무엇도 남기지 않고 마침내 남지 않는 곳으로 시인은 간다.
기다리지 않고, 바라지 않고, 뒤돌아서 나는 쓴다. 향하지 않는다. 쓰는 것은 바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쓰는 동안 나는 기다림과 두려움으로부터 조금 놓여난다. 쓰면서 기다림과 두려움과 그 비슷한 것들, 그것들을 역전한 것들에서 한 걸음 떨어진다. 쓰기는 멀어지기다. 틈을 만드는 것이다. 그 틈으로 호흡한다. 기다리지 않고 쓴다. 무엇인지 모른 채 쓴다. 의식의 결락이 일어난다. (2022년 1월 일기 7, 21쪽)
그간의 빼어난 시집들이 시의 내부, 시쓰기의 여정이었다면 이번 ‘날짜 없는 일기’를 통해서는 시의 밖이자 시의 주변, 어쩌면 시의 이전부터 시의 이후까지를 포괄하는 ‘쓰기’의 영역을 시도한다. 매일 씀으로써 매일을 낚아채는 것, 하루라는 우연 앞에서 “우연을 기다리고, 우연을 알아보고, 우연을 낚아채”며 마침내 “우연을 만들 줄도 알”게 되는 것(151쪽). 그렇게 시인은 오늘이라는 우연을 만나 남김없이 쓰고, 다음 오늘을 만나러, 다음 오늘을 만들어 건너갈 것이다. 이전 시집과 다음 시집, 지금까지의 시인과 다음의 시인, 그 사이를 잇는 다리이자 건넌 뒤엔 미련 없이 털어낼 사다리와 같은 쓰기. 시인 이수명의 이 새로운 쓰기는 이후로도 이어질 예정이니, 그 첫머리를 두고 『내가 없는 쓰기』라 이름한 연유 또한 그에 짐작해본다.
시집을 낼 때마다 더 쓸 것이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남김없이 털어낸 듯해도 다음 시집이 이어진다. 다음 시집을 내는 것은 지금의 내가 아니라 다음 시인일 것이다. 나는 계속 다음 시인이 될 수 있을까. (32쪽)
이수명의 ‘날짜 없는 일기’ 시리즈
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린 언어의 편린들을 주워올린 일종의 문학 일기. 1년 동안 쓴 일기를 한 권에 묶고 날짜를 쓰지 않고 월별로만 장을 나누었다. 문학화시킬 필요가 없는 평평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 문학의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날것의 글쓰기이자 어떠한 의미도 들어서지 않는 평이한 순간을 유지하려는 시도이다. 시인 이수명은 시에 대한 생각 옆에 무심하게 펼쳐진 시공간과 일상, 사물과 현상을 이리저리 스케치해나가며 문학과 문학 아닌 것의 경계, 시어와 시어 아닌 것의 차이가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해보려 한다.
책머리에
이 책은 앞으로 5년간 쓰일 날짜 없는 일기의 첫 권에 해당한다.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월별로 나뉘어 열두 장이다.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원고를 탈고하면서도 이 책의 성격에 대해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낀다. 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렸을 언어의 편린들을 주워올린 일종의 문학 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고 에세이나 단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들 전부이면서 그냥 단순히 자투리 글, 메모로 보이기도 한다. 글이나 시에 대한 생각 옆에 무심하게 펼쳐져 있는 시공간과 일상, 사물들과 현상들이 이리저리 스케치되는 까닭이다. 문학과 문학 아닌 것의 경계가, 시어와 시어 아닌 것의 차이가 늘 뚜렷한 것은 아니다. 아니, 이 경계와 차이를 의식하면서도 이것이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일정하지 않게 언어와 생각이 유출되는 것을 따라가본 글이다. 여러 모습으로 펼쳐지는 글이 되도록 그냥 두는 쪽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다소 방만한 쓰기이다. 시는 어떻게 써도 구조가 생기기 때문에, 구조와 싸우기 때문에 압력이 발생한다. 압력의 매력, 압력의 신비가 시쓰기일 것이다. 그래서 구조가 없고 문학적 외양도 갖추지 않은 이런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떤 생산성이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동시에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것이 문학의 전후에나 해당할 것이기 때문에 시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문학적 외관을 갖추지 않은 쓰기에 들어서는 일이 나의 그동안의 시쓰기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중에 쓰기의 의식이 발생하는 순간을 직면하게 될지, 그것은 누구의 의식인지 등등, 익지 않은 생각들의 각축은 문학적 외관을 갖추지 않은 이와 같은 쓰기에 더 많이 열려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썼지만 그러기 위해서 살짝 염두에 둔 것은 있다. 이러한 흘러가기로서의 쓰기를 매 장면에서 실천해보려 했다는 점이다. 글이 움직이다가 형체를 이루거나 시처럼 이미지가 형성되려고 하면, 돌아나와 느슨한 호흡을 유지하고자 했다. 시가 되려는 긴장으로 들어서지 않고 평등하고 사소한 직시로 향하는 것이다. 미적 형식의 힘보다는 잠재적인 방향의 넓이를 떠올렸다. 글을 미결 상태로 남겨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실천은 구조와 완성에 이르지 않는 실천이고, 세계를 이루지 않는 실천이다.
비교적 규칙적으로 썼다. 하루에 몇 줄, 한 단락 정도를 넘지 않았다. 한꺼번에 쓰지 않고 아주 조금씩만 늘어나게 했다. 오래 붙잡고 있기보다는 자주 들락거리면서 환기하는 쪽이었다. 환기를 할수록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글쓰기는 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맞는데, 몇 마디의 언어, 몇 줄의 글에 내가, 하루가 의탁한다는 것이다. 날마다 언어에게 말을 걸고 언어가 태어나는 것은 뭐랄까, 글쓰기의 실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언어를 통해 내가 실행되는 것에 가깝다. 글이 나를 쓴다. 그렇게 지난 한 해를 건넜다.
풀이 높이 자라나오는 계절이다. 그동안 짧은 에세이들을 더러 쓰기는 했지만 일기 형식에 얹어 이런 방향 없는 글을 집필한 것은 처음이다. 어떠한 글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써보라고 한 난다의 김민정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권유가 아니었으면 새로운 풀들이 웃자라 있는 풀밭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원고를 읽어주고 검토해준 김동휘님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2023년 6월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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