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
미술가 김영글이 돌 이미지에 관해 쓴 일종의 이미지비평서로, 예술 작품과 삶의 공간 여기저기서 발견한 돌을 한곳에 불러 모아, 돌이라는 사물에 사람이 부여해 온 다양한 의미를 채집하고 해석한 책이다. |
| 저자소개 |
김영글 | |
쓰고 만드는 사람. 글쓰기, 영상, 출판,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엮으며 활동해 왔다. 이 책과 같은 제목의 개인전 《사로잡힌 돌》을 세마창고에서 열었고, 『노아와 슈바르츠와 쿠로와 현』, 『모나미153 연대기』 등의 책을 지었다. | |
| 판형 | 136 mm X 156 mm |
| 페이지 | 168 p |
✤ 목차
0. 뼈
1. 수집가의 말
2. 바위가 있는 곳
3. 전쟁바위
4. 말하는 돌
5. 그냥 돌멩이
6. 표면여행
7. 돌이 떠 있는 동안
8. 꿈 꾸는 돌
9. 주먹도끼
10. 닮은 돌
- 2 -
11. 얼굴 I
12. 얼굴 II
13. 얼굴 III
14. 얼굴 Ⅳ
15. 자라는 돌
16. 틈
17. 기억하는 돌
18. 자국
19. 바위섬
20. 받아쓰기
21. 둥근 것들
22.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책속에서
p8. 여자가 눈을 감고 걸으며 등 뒤로 돌 하나를 던졌다. 돌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사람이 되었다. 또 다른 여자의 형상이었다. 이번에는 남자가 눈을 감고 걸으며 등 뒤로 돌 하나를 던졌다. 돌은 또 하나의 남자가 되었다. 돌을 던질 때마다 세상을 이루는 크고 작은 사물의 형상이 생겨났다. 이렇게 해서 여자와 남자는갖게 되었다. 이웃을, 친구를, 자식을, 사랑을, 꿈을, 예술을, 문명을, 적을, 죄악을, 전쟁을, 끝없이 되풀이되는 전설들을.
p11. 사람으로 태어나서 좋은 점을 말하라면, 몇 개 안 되기는 하지만 그나마 꼽아보자면, 그중 최고는 역시예술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들은 신을 놓고도 비슷한 말을 한다. 결국은 삶이 유한한 일회적 사건이라는 보편적 믿음 속에서, 영원히 지속될 무언가에 대해서 말하는 것만큼 인간의 흥미를 끄는 일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연극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세계의 무의식 안에서, 역사와 예술이라는 공동의 기억 수장고 안에서 삶은 계속된다.
p12. 요컨대, 수집의 기쁨은 돌의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함에서 온다. 내가 모을 수 있는 돌은 그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만약 세상에 돌이 단 한 개밖에 없다면 그것은 엄청나게 값어치가 나가겠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물일 것이 틀림없다.
p31. 야바위꾼은 기분이 좋으면 노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재미로 묘기를 보여줄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분명히 컵 아래 있던 돌이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했다. 돌은 미스터리였고 수수께끼였다. 그러다 야바위꾼이 담배를 피우려고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쉴 때, 수레 위 베니어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돌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아무런 특색도 없는, 그냥 아주 작은 돌멩이에 불과했다.
p40. 우리의 시선은 김경태가 촬영한 돌의 표면을 통해서 돌을 처음 보듯이 본다. 그 안에는 어떤 사실들이 숨어 있다. 각각의 돌이 경험한 세월은 켜켜이 축적되어 빽빽한 시간의 숲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뚜렷한 목적 없이 돌의 입자 위를 걷는 탐험가가 된다. 마치 가택연금 동안 자신의 익숙한 방 한 칸을 구석구석 묘사하는 책을 써 보았던 어느 세기 작가처럼 우리는 이 또렷한 18 , 이미지의 프레임에 감금된 채 그동안 흔하게보아 온 돌의 얼굴 구석구석에 다시 시선을 던질 것을 요청받는다.
p84. 누가 어떤 연유에서 이 인어 석상을 만들었으며 왜 바다에 등을 돌린 채로 앉혀 놓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이 석상을 진정한 인어의 이미지에 조금 가까워지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얼굴은 눈앞에 존재하지 않을 때만 존재한다.
p150. 차학경은 유관순, 잔다르크, 바리데기, 성 테레사, 그리고 만주에서 태어나 이주와 실향으로 점철된 수난 시대를 살았던 자신의 어머니 허형순 여사 등 여러 여성의 삶을 차례로 호출한다. 폭력적인 역사 속에 사라져간 익명의 음성들은 미지의 영토에서 몸을 갖고 되살아난다. 차학경이 출처 없는 인용과 계속해서 탈주하는 서사를 통해 시도하는 글쓰기는 하나의 이름으로 존재를 정체화하려는 모든 억압에 저항하는 글쓰기이자, 잊힌 이름들을 호명함으로써 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p156. 우리는 화석에 남은 희미한 흔적이나 바위의 단면만 보고도,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어떤 나라가 한때는 육지였다고, 또는 섬이었다고, 어떤 숲에는 호랑이와 곰이 분명 살았었다고, 이 화산이 백년 뒤에는 다시 폭발할 거라고, 고양이가 집짐승으로 사육되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1만 년 전의 일이 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지구 안에서의 시선과 판단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안다.
p162. 나는 유럽에서 만난 노인들의 울퉁불퉁한 발목도 떠올렸다. 작은 동굴의 천정에서 지하수 방울들이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다 굳어 종유석이 되듯이, 오랜 세월 석회질이 축적된 노인의 두 길쭉한 터널 내부에서는 침식과 중력의 작용이 숨죽여 진행 중이었다. 자신이 온 곳으로 기어코 돌아가려는 그 느리고 고집스러운 석회질 덩어리의 움직임이 나를 슬프게 했다. 병이 들고, 낫고, 늙고, 죽어가는 그 모든 과정에 최상위 포식자로 침투해 육체를 잠식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시간이었다.
상품 결제정보
무통장 입금시 입금 확인 후 배송됩니다. 금액은 직접 입금하시면 됩니다.
주문시 입력한 입금자명과 실제입금자의 성명이 반드시 일치하여야 하며, 일치하지 않을 경우 따로 말씀해주세요
환불정보
아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환불 또는 교환원하시는 분들은 상품수령 후 7일 이내 고객센터 문의 주세요
단, 제품은 뜯어져 있거나 고객에 의해 훼손된 경우에는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합니다.
받아보신 후에 인쇄 사고나 재단 등 제작이 잘못되었을 경우 환불이 가능합니다.
※ 고객님의 마음이 바뀌어 교환, 반품을 하실 경우 환불이 불가합니다. 신중히 구매해주세요.
✤ 목차
0. 뼈
1. 수집가의 말
2. 바위가 있는 곳
3. 전쟁바위
4. 말하는 돌
5. 그냥 돌멩이
6. 표면여행
7. 돌이 떠 있는 동안
8. 꿈 꾸는 돌
9. 주먹도끼
10. 닮은 돌
- 2 -
11. 얼굴 I
12. 얼굴 II
13. 얼굴 III
14. 얼굴 Ⅳ
15. 자라는 돌
16. 틈
17. 기억하는 돌
18. 자국
19. 바위섬
20. 받아쓰기
21. 둥근 것들
22.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책속에서
p8. 여자가 눈을 감고 걸으며 등 뒤로 돌 하나를 던졌다. 돌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사람이 되었다. 또 다른 여자의 형상이었다. 이번에는 남자가 눈을 감고 걸으며 등 뒤로 돌 하나를 던졌다. 돌은 또 하나의 남자가 되었다. 돌을 던질 때마다 세상을 이루는 크고 작은 사물의 형상이 생겨났다. 이렇게 해서 여자와 남자는갖게 되었다. 이웃을, 친구를, 자식을, 사랑을, 꿈을, 예술을, 문명을, 적을, 죄악을, 전쟁을, 끝없이 되풀이되는 전설들을.
p11. 사람으로 태어나서 좋은 점을 말하라면, 몇 개 안 되기는 하지만 그나마 꼽아보자면, 그중 최고는 역시예술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들은 신을 놓고도 비슷한 말을 한다. 결국은 삶이 유한한 일회적 사건이라는 보편적 믿음 속에서, 영원히 지속될 무언가에 대해서 말하는 것만큼 인간의 흥미를 끄는 일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연극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세계의 무의식 안에서, 역사와 예술이라는 공동의 기억 수장고 안에서 삶은 계속된다.
p12. 요컨대, 수집의 기쁨은 돌의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함에서 온다. 내가 모을 수 있는 돌은 그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만약 세상에 돌이 단 한 개밖에 없다면 그것은 엄청나게 값어치가 나가겠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물일 것이 틀림없다.
p31. 야바위꾼은 기분이 좋으면 노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재미로 묘기를 보여줄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분명히 컵 아래 있던 돌이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했다. 돌은 미스터리였고 수수께끼였다. 그러다 야바위꾼이 담배를 피우려고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쉴 때, 수레 위 베니어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돌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아무런 특색도 없는, 그냥 아주 작은 돌멩이에 불과했다.
p40. 우리의 시선은 김경태가 촬영한 돌의 표면을 통해서 돌을 처음 보듯이 본다. 그 안에는 어떤 사실들이 숨어 있다. 각각의 돌이 경험한 세월은 켜켜이 축적되어 빽빽한 시간의 숲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뚜렷한 목적 없이 돌의 입자 위를 걷는 탐험가가 된다. 마치 가택연금 동안 자신의 익숙한 방 한 칸을 구석구석 묘사하는 책을 써 보았던 어느 세기 작가처럼 우리는 이 또렷한 18 , 이미지의 프레임에 감금된 채 그동안 흔하게보아 온 돌의 얼굴 구석구석에 다시 시선을 던질 것을 요청받는다.
p84. 누가 어떤 연유에서 이 인어 석상을 만들었으며 왜 바다에 등을 돌린 채로 앉혀 놓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이 석상을 진정한 인어의 이미지에 조금 가까워지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얼굴은 눈앞에 존재하지 않을 때만 존재한다.
p150. 차학경은 유관순, 잔다르크, 바리데기, 성 테레사, 그리고 만주에서 태어나 이주와 실향으로 점철된 수난 시대를 살았던 자신의 어머니 허형순 여사 등 여러 여성의 삶을 차례로 호출한다. 폭력적인 역사 속에 사라져간 익명의 음성들은 미지의 영토에서 몸을 갖고 되살아난다. 차학경이 출처 없는 인용과 계속해서 탈주하는 서사를 통해 시도하는 글쓰기는 하나의 이름으로 존재를 정체화하려는 모든 억압에 저항하는 글쓰기이자, 잊힌 이름들을 호명함으로써 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p156. 우리는 화석에 남은 희미한 흔적이나 바위의 단면만 보고도,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어떤 나라가 한때는 육지였다고, 또는 섬이었다고, 어떤 숲에는 호랑이와 곰이 분명 살았었다고, 이 화산이 백년 뒤에는 다시 폭발할 거라고, 고양이가 집짐승으로 사육되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1만 년 전의 일이 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지구 안에서의 시선과 판단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안다.
p162. 나는 유럽에서 만난 노인들의 울퉁불퉁한 발목도 떠올렸다. 작은 동굴의 천정에서 지하수 방울들이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다 굳어 종유석이 되듯이, 오랜 세월 석회질이 축적된 노인의 두 길쭉한 터널 내부에서는 침식과 중력의 작용이 숨죽여 진행 중이었다. 자신이 온 곳으로 기어코 돌아가려는 그 느리고 고집스러운 석회질 덩어리의 움직임이 나를 슬프게 했다. 병이 들고, 낫고, 늙고, 죽어가는 그 모든 과정에 최상위 포식자로 침투해 육체를 잠식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시간이었다.
상품 결제정보
무통장 입금시 입금 확인 후 배송됩니다. 금액은 직접 입금하시면 됩니다.
주문시 입력한 입금자명과 실제입금자의 성명이 반드시 일치하여야 하며, 일치하지 않을 경우 따로 말씀해주세요
환불정보
아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환불 또는 교환원하시는 분들은 상품수령 후 7일 이내 고객센터 문의 주세요
단, 제품은 뜯어져 있거나 고객에 의해 훼손된 경우에는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합니다.
받아보신 후에 인쇄 사고나 재단 등 제작이 잘못되었을 경우 환불이 가능합니다.
※ 고객님의 마음이 바뀌어 교환, 반품을 하실 경우 환불이 불가합니다. 신중히 구매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