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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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여성들은 명함이 없다고 했다. 

일을 쉰 적은 없다.

사회가 그들의 노동을 ‘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남대문 시장. ‘훈이네’라는 간판 아래 손정애씨는 우뚝 서 있었습니다. 정애씨는 이곳에서 20년 동안 국수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일 년에 딱 이틀 쉬는데, 내가 돈을 버니까 엄마 제삿날 비싼 KTX 타고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아요.”

스스로 삶을 개척해 온 사람의 당당함!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 뒤이어 노환으로 쓰러진 시아버지, 연년생인 딸과 아들… 정애씨는 매일 새벽 4시 국수 가게로, 밤 10시 집으로 출근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렸습니다. "너무 대단하세요." 기자의 말에 정애씨는 "안 대단하면 어떡해"라며 늠름하게 웃었습니다. 

인생의 수많은 파도를 넘으며 ‘대단해진’ 정애씨를 설명하기에 ‘아줌마’ ‘집사람’ 같은 단어는 얼마나 낡고 작을까요. 그에겐 더 근사한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기획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경향신문은 정애씨와 같은 시대를 살아 온 6070 여성들을 만나 이들의 노동사를 기록해보기로 했습니다. 노동은 언제나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여성들의 노동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가려져 왔으니까요. 

집안일과 바깥일을 오가며 평생을 ‘N잡러’로 살았던 여성들. 그럼에도 스스로가 ‘집에서 논다’라는 표현에 익숙해진 여성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없었던 시대에 일을 시작해 사회적 정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씩씩하게 출근하고 있는 여성들. 우리는 이들에게 명함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는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닙니다. 여성들의 일 이야기를 기록하는 한편, 당시 한국의 현대사적 사건들도 함께 살핍니다. 1963년 경제기획원 한국통계연감부터 2021년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까지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각종 데이터,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여성 일자리와 관련한 법적인 변화들도 조사했어요. 이들의 노동이 저평가된 구조적 맥락을 드러내고 싶었거든요. 이는 경향신문의 저널리즘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판형 : 145*195mm

페이지: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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