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플라이트preflight는 ‘비행에 대비한’이란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 상태를 점검할 때 주로 쓰이지만, 책을 만드는 데 쓰이는 어도비 인디자인Adobe InDesign 소프트웨어에서는 프리플라이트라는 도구가 작업 중 오류를 알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파일 전반을 살펴봐 주는 것입니다. 일종의 예비 비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잡지 프리플라이트는 이 도구의 역할에 착안하여 문학이 삶을 예비 비행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삶은 단지 한 개인의 생을 말하진 않습니다. ‘삶’이라 칭해지는 무수한 생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상상력만으로 한 사람의 삶에 무수한 생을 끌어들이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비 비행으로 가장 가까운 세계에서 가장 낯선 세계까지 경험할 것입니다.

창간호 ‘무엇으로 사는가’

창간호 ‘무엇으로 사는가’는 질문합니다. 무엇으로 사고, 무엇으로 살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살 수 있지만, 무엇이 없어 살 수 없는지. 무언가는 누리지만 무언가는 영영 갖지 못한 채 그래도 또 무엇으로 살게 되는지요. 아홉 작가는 이 질문으로 소설, 시, 에세이를 썼습니다.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는가'는 사다 buy와 산다 live의 두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록된 작품들은 이 질문을 다르게 쓰고, 다시 질문할 것입니다.

참여 작가 소개

최미래: 살까 말까 긴가민가할 때는 일단 열심히 살아 본다. 소설집 『녹색갈증』, 『모양새』가 있다. 2024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에 선정되었다.

성해나: 소설을 쓴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을 위한 선물을 종종 산다.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이 있다. 2024년 젊은작가상과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오소정: 남들을 따라 산다. 그러니 좋은 것을 곁에 두어야 하고.

조나미: 유효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버려질지 헤아리며 산다.

조시현: 작고 귀여운 것들을 보면서 힘을 내어, 쓰고 산다. 2018년 실천문학 소설 신인상, 2019년 현대시 시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아이들 타임』이 있다.

장성호: 산다. 산다. 潸다. 散다. 算다. 剷다. 2015년 대산대학문학상 시 부문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명경: 언젠가 생길 앙증맞은 날개를 마중까지 나와 기다리는 중. 내가 살 수 있는 시간을 직접 사서 산다.

이선진: 낮에는 출판 편집자, 밤에는 소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과 함께 산다. 2020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밤의 반만이라도』, 단편소설 『빛처럼 비지처럼』이 있다.

김유나: 소설을 쓰고, 종종 다른 것도 쓴다. 중요한 일 앞에서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산다. 2020년 창비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내일의 엔딩』이 있다.